박현수 2012. 03. 29 – 05. 20

박현수 – Classy Lifestyle with Artwork of PARK HYUN SU

2012. 03. 29 – 05. 20

<Classy lifestyle with Artwork of Park Hyun Su>

  • 에너지 표출에 의한 리드미컬한 공간 연출

  1. 정치, 사회, 경제가 어떤 흐름으로 돌아가던 대중들의 관심사에 있어 지속적인 대세는 바로 라이프스타일링이다. 대중들은 온라인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문화가 지배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진이미지에 자신의 실제 라이프스타일을 담거나 취향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업데이트하고 공유한다. (자신이 식사를 하는 공간, 즐겨 찾는 카페, 인상적인 여행장소, 선호하는 커피나 와인 등을 공유하는 것은 결국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취향이 세련될수록 댓글의 평점이 높아지고, 익명의 친구로부터도 받을 수 있는 관심과 인정으로 인한 쾌감은 라이프스타일링을 발전시키고픈 욕구를 자극하는 충분한 동력이 된다.

스타일링은 의상을 코디(Coordination)하는 것과 같이 비물리적 감각이 동원되는 물리적 연출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다. 옷 하나는 그저 낱개의 데이터에 불과하므로 코디라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그것의 기능과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각인시킬 수 있고, 취향의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다.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려는 것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예술과 삶을 융합시키는 시도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상업과 예술가와의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은 스타일링의 진화를 이끄는 세련된 수단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콜레보레이션은 크로스오버(Crossover), 하이브리드(Hybrid)와 같이 타장르간 경계를 넘나들면서 제3의 새로운 감각을 창출하는 융합의 방식이 경쟁력인 시대에 한 차원 도약을 위한 흐름의 일부이다.

이제 하나의 대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거기에 곁들어 즐길 수 있는 내용이다. 작품으로 스타일링을 한다는 것은 곧 작품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에 대한 제시로서 그것을 즐기게 하는 스토리텔링이다.

<Classy lifestyle by Artwork of Park Hyun Su>전 은 박현수의 추상회화로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인다. 추상작품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그로부터 삶 속의 어떠한 부분에 영감을 받고 접목시킬 수 있는지 혹은 그것을 통해 어떻게 즐겨야 할지를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안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실제 생활 속에 작품이 어우러진 모습을 구현함으로써 박현수 작품의 가치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한다. 보통 갤러리나 미술관은 모노톤(monotone)의 공간에서 전시감상을 제공하므로 집중도면에서는 효과적이지만 관념적 체험, 무형의 체험으로 끝나기 때문에 작품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느껴질지, 활용될지 연상하기 어렵다. 반면,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 참여가 가능한 물리적 체험이 이뤄진다면 작품을 구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에 즉시 반응하면서 교감과 향유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는 결코 작품이 하나의 공간에 장식물로서 기능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작품으로 가능한 체험적 요소를 찾아주고 즐길 수 있도록 돕는 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작품이 공간의 가장 우선이 되었을 때 그것을 중심으로 공간이 생기를 부여 받고, 생활 속 컬러가 만들어지면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창출되는 장면을 통해서 말이다. 박현수의 작품에 의해서 생성되는 특별한 기운이 우리의 영혼에 위안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이 이를 자신이 삶에 참고하거나 더불어 독자적인 새로운 연출을 그려보게끔 하는 것이 바로 이 전시가 이루고픈 이상적인 목표이다.

박현수의 작품의 첫 인상은 전형적인 모더니즘 추상회화이다. 구체적 대상을 지칭하지 않는 기하학적 형태들과 색의 관계 구성만으로 화면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이 타분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야만이 그 고유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모토로 하는 모더니즘 미술에서는 선, 색, 형태로 구성된 하나의 평면이 그림에 있어 가장 본질적이라 여겨져 이야기가 읽혀질 수 있는 요소는 전부 배제되었다. 읽혀지는 내용은 문학의 역할이고 소리는 음악이 담당해야 각 분야의 전문성이 확립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던 모더니즘 시기를 지나면서 예술은 일상과 완벽히 분리되는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삶과 예술의 거리가 멀어졌다.

박현수의 작품도 순수한 조형요소로만 표현되었기 때문에 삶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미술품으로보여서 지레 교감이 어려울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다시 여유 있게 응시해보면 모더니즘 회화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모더니즘 회화는 평면성이 기본이었다. 조각과 회화 등 장르간의 독립적 역할 또한 철저히 구분 지으려 했기 때문이다. 박현수의 회화는 평면작업이지만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삼차원적 눈속임이 있다. (모더니즘적 작업이라면 드리핑 작업만으로 작품이 완결되었을 것이다. ) 작은 도형들은 누가 보아도 조약돌이나 어떤 사물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모더니즘회화에서 빠졌던 구상적 요소가 나타난다. 그의 작품은 모더니즘적 형상을 하고 있을 뿐 사실은 그것을 벗어나고 뛰어넘으려는 (요소를 찾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특징 중 하나가 삶 속에서 소재를 찾고 다양한 요소의 융합을 인정하면서 삶과 멀어졌던 미술을 다시 삶 가까이로 끌어들였다는 것인데, 이번 전시는 바로 이 맥락을 토대로 대중과 멀어졌던 추상을 일상 생활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로써 삶과 분리된 모더니즘 회화가 아닌 삶과 함께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추상회화의 잠재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1. 박현수의 작업은 사물에 빛을 투과하여 어느 정도 거리에서 관찰해보면 결국 모두 원의 형태로 나타나는 과학적 실험(근거)을 토대로 한다. 그의 원은 우주의 산물들을 통틀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서 정확한 실제 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끝이 희미하게 부유하는 듯한 형상을 띈다.

그는 미국 유타주의 자이언 캐년(Zion Cayon)을 여행하던 중 주워 든 작은 돌맹이 하나가 거대한 자연을 이루는 일부라는 것을 새삼 의미 있게 인지하게 되었다. 당시 거대한 자연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압도되고 있는 가운데 그 속의 돌맹이 하나도 실은 우주의 에너지가 집적되어있는 산물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작가는 큰 우주건 미물이건 결국 근본은 같은 것이지만 그러한 양극의 두 개념을 교차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것을 작업의 모토로 진행해왔다.

박현수의 작업은 물감을 자유분방하게 흘리고 뿌리는 드리핑(Dripping)으로 첫 화면을 쌓고 그 위를 단색으로 덮은 후 두번째 채색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첫화면이 드러나도록 아주 섬세하게 긁어내는 디깅(Digging)작업으로 마무리 된다. 드리핑은 위에 서서 바닥에 놓인 캔버스 화면 전체를 바라보며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를 최대한 동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고, 반대로 디깅은 캔버스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고도의 섬세함을 발휘하는 점에서 에너지를 최대한 절제한 정적인 작업이다. 마치 카메라를 줌 아웃 줌인(Zoom out-Zoom in) 하듯 거시적인 시야와 미시적인 시각을 오가는 작업 행위는 그 자체가 작가 자신이 큰 자연 속 조약돌을 보며 양극단의 시야를 오갈때 느꼈던 우주의 에너지의 흐름을 비유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우주의 에너지는 전부 다른 크기를 가지고 있는 대상들이 모여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성된다. 상호작용을 통해 에너지의 순환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리듬이 생겨난다. 양극을 오갈 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인 리듬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박현수의 작품은 에너지 표출에 관한 연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반대급부를 교차시키는 맥락은 레드와 블루 혹은 화이트와 블랙컬러를 한 화면에 구성함으로써 음과 양의 공간을 병치하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또한 완전히 평면적으로 쌓아가는 작업임에도 결과적으로는 디깅을 통해 뒤의 화면이 앞으로 돌출되어 보임으로써 평면과 입체의 상반된 효과를 교차시킨다.

  1. 진화랑 신관 1층은 침실 공간으로 꾸며졌다. 들어섰을 때 중심에 보이는 회색톤의 침대와 레드톤의 침구는 박현수 작품의 이중성(Duality) —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에서 영감을 받아 매치하였다. 정적인 것은 쉼을, 동적인 것은 다이나믹한 활기를 연상시킨다. 차분한 회색톤과 선명한 레드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만나게 한 것이다. 개성 넘치는 에너지를 표출하면서도 그만큼의 휴식 공간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블랙 콘솔에 화이트 깃털 조명은 블랙과 화이트를 한 화면에 조화시킨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데, 작품이 음양의 교집합인 만큼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이 공존한다. 연출 또한 색감적으로는 딱딱한 남성적인 분위기를 풍길 수도 있지만 한편, 디자인의 디테일이 아주 요염한 여성스러움으로 시선을 잡는다.

침대에서 바라보는 벽 위치에는 장식적인 바로크풍 액자 틀에 박현수의 작업과정을 담은 영상을 설치하여 작가에 관한 한편의 다큐를 한 폭의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박현수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디지로그(Digilog)적 감성 – 아날로그적 붓질 속에 3D 영상 같이 돌출되어 보이는 디지털적 이미지가 나타나는 것 – 을 적용한 것으로 아날로그적인 고전적 프레임과 디지털 영상을 만나게끔 했다.

2층은 차를 마시는 공간을 몇 가지의 다른 테마로 연출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는 잔디 빛의 러그위에 화이트와 레드를 조합한 싱글 체어와 티 테이블을 배치 하고 광고 촬영에 사용되는 조명을 비추었다. 실내지만 마치 잔디밭 위에서 박현수의 작품을 큰 창처럼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고품격 아파트 광고의 세트장 같은 기분을 누리게끔 하기 위해서이다. 여기는 완벽한 포토 존(Photo-Zone)으로 의자에 앉아 사진 촬영을 하면 한 장의 광고 포스터 같은 효과가 난다.

반대편에는 박현수의 120호 대작 두 점을 사선으로 벽에 기울이고 러그 위로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베이지 톤의 방석과 쿠션을, 주변으로는 구형의 조명을 여럿 늘어놓았다. 이는 마치 아직 텅 비어있는 빈 집을 세팅 하기 직전에 바닥에 누워서 어떻게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갈지를 여유롭게 상상해보는 시간의 느낌이다. 작품이 걸려있지 않고, 가구가 없이 바닥에 몸을 기대야만 하는 상황은 결정을 보류한 상태에서의 공상을 맘껏 할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이다. 이것이야 말로 축복받은 게으름 속에서의 공상이다.

박현수의 작품을 통한 몇 가지의 공간 연출은 그의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가 무한히 전개될 수 있는 여운을 전하고, 예술과 삶의 행복한 결합을 보여준다.

나만의 공간에 테마가 있다는 것은 내 삶에 자부심과 풍요로운 감성을 갖게 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된다. 당신은 박현수의 작품으로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을 시도해볼 것인가? 꿈꿀 것인가?

예술이 있는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감성은 무한하고, 라이프스타일의 진화도 무한해진다.

Information

+ 전시회: Classy Lifestyle with Artwork of PARK HYUN SU

+ 일시: 03월 29일 — 05월 20일 (화~금 — 10am ~ 6pm / 토, 일 — 10am~5pm / 월, 공휴일 — 휴관)

+ 장소: 진화랑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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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랑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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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2012, Exhib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