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2013. 04. 24 – 05. 21

정현숙 – Infinity Illusion

2013. 04. 24 – 05. 21

 

 

무한한 빛으로 펼쳐지는 환영

역사를 영원히 아름답게 하다

예술은 영원에 대한 갈구이다. 유한한 인생에서 영원에 대한 갈망은 본능이다. 영원한 것이 있다는 믿음은 삶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에 근거한다. 인간이 영원하다고 믿는 대표적인 가치인 미에 대한 욕망은 매우 사치스러운 편이다. 소리, 맛, 움직임에도 미가 있지만 시각적 미는 차별성, 희소성이 가장 짙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인간이 가장 누리고 싶고, 소유하고 싶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미는 영원할 수 없지만 미술의 미는 붙잡아둘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기에 미술은 영원성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이번 <Infinity Illusion>展 은 영원성과 미적 욕망을 무한히 채워줄 정현숙의 작품을 회고하는 전시이다.

정현숙은 영원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 온 작가이다. 그녀는 원의 형상으로부터 작업을 전개해나갔다. 원은 우주의 무한한 순환의 표식으로서 영원을 이야기 한다. 원은 한정 없이 모든 방향으로 자신의 세계를 열어놓는다. 원 앞에서는 어떠한 이야기도 상상도 가능하다. 기하학적인 도형을 위주로 작업을 해왔는데 아주 완벽하게 분할되고 정리된 추상시리즈에서 조차 따스한 아우라가 감도는 것은 작업마다 등장하는 원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초창기작업(1998-2001)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모더니즘의 차가운 추상을 닮아있다. 하지만 작품의 기운은 화사하고 따뜻하다. 이는 표현된 색감과 부착된 재료에서 기인한다. 작가가 원의 상징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가장 비중을 두고 탐구해 온 부분은 발광하는 질료에 관한 것이다. 원의 개방성, 순환성 등을 표현하기 위해서 마치 해와 달이 빛으로 발광하는 것과 같은 묘사를 염두에 둔 것만 같다. 금빛이 기조를 이루는 화면으로 시작된 발광적 작업은 자개가 등장하면서 새롭게 발전되었다. 금색 물감이 환경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계점이 있다면 자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변질되지 않는 영구성을 지닌다. 영원을 담고자 하는 의지는 자개로 수놓아진 원으로서 완결된 것이다.

작가가 이와 함께 탐구해 나간 조형성은 시각적 환영 – 착시에 관한 것이다. 그녀는 기하학적 조형요소만으로 시각적 착시의 미학을 구현하는 옵아트(Optical Art)를 차용하여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하였다. 선의 각도의 변화만으로 반입체적인 원의 형상을 표현해낸다거나 선의 색감의 변화만으로 중심과 바깥의 앞과 뒤가 혼돈되는 형상을 만들어낸 것이 그 예이다. 2009년부터 전개된 “Before and After” 시리즈는 도자기 이미지 위를 지그재그로 붙여진 자개와 그로써 형성된 수많은 사각공간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박힌 작업이다. 구불구불한 자개로 이뤄진 선이 가로 세로 방향으로 교차되면서 생겨나는 리듬감에 의해 빛의 발광효과가 배가되고 그 사이사이로 크리스탈의 반짝임이 부가되어 전체적인 화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화려해진다. 이는 마치 햇살이 바닷물에 비치는 순간 다이아몬드 모양처럼 반짝거리는 빛의 형상이 때지어 눈부신 광경을 연출하는 장면과 흡사하다. 정현숙의 화면은 발현하는 빛의 강렬함으로 주변의 사물이나 풍경이 흐릿하게 보이는 현상이 착시에 의한 환영을 경험하는 것과 동일한 체험을 제공한다. 이는 결국 영원에 대한 환타지적 감흥을 고양시킨다.

작가는 자개라는 희소하고도 아름다운 재료의 미를 영원히 전할 수 있는 길은 그것을 예술 안에 담는 것뿐이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해왔다. 작가에 의해 영원히 전해질만한 가치가있는 있는 재료로 자개가 선택되었다면 소재로는 우리나라의 도자기가 꼽혔다. 도자기는 원의 형태에서 나아간 입체조형물이라는 점, 역사의 빛을 머금고 있다는 점에서 원과 빛으로 통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도 이후의 작업에는 도자기 주변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형상을 추가하여 역사가 생명체로 인해 더욱 생동감 있게 되살아나는 느낌을 전하고 있다.

‘역사에 빛을 더하는’ 데에 의미를 두는 정현숙의 작업이 시대를 아우르는 미의 개념을 생각하게끔 하는 존재로 빛나길 기대하며, 한편 영구적으로 뛰어난 시각적 유희를 가능케 하는 작품 앞에서 영원한 미를 체험해본다.

Information

+ 전시회: Infinity Illusion

+ 일시: 04월 24일 — 05월 21일 (화~금 — 10am ~ 6pm / 토, 일 — 10am~5pm / 월, 공휴일 — 휴관)

+ 장소: 진화랑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7-35)

 

Category
2013, Exhib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