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2015. 09. 04 – 10. 03

오영욱 – 작은 눈으로 바라본 세상

2015. 09. 04 – 10. 03

 

진화랑은 최대한 많은 관객들이 진화랑이라는 공간과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고자 다양한 컨텐츠로 전시를 구성해가고 있습니다. 좋은 전시를 가시화 하는 꿈이 관객의 꿈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의 주인공을 찾았습니다. 오영욱 입니다. 필명 ‘오기사’로 더 많이 불려지고 있습니다. 건축가이자 공간 및 공공 조형물 디자이너이자 여행 일러스트작가로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10여 년간 7권의 여행 일러스트 서적을 출간했고, 블로그를 통해서도 그림과 건축 일기를 꾸준히 기록하며 세상과 성실히 공유하고 소통하며 살아온 ‘인물’입니다.

오기사는 자신이 감동한 도시, 건축, 공간, 풍경을 정교하면서도 유쾌한 일러스트와 솔직하면서도 감성적인 텍스트로 좀 더 쉽게 바라볼 수 있도록 재해석해주고 동시에 일상을 감상적인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줍니다.

건축가는 공간에 자신의 철학을 담습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미적 세계관을 정립하고 그것을 평면으로 그리고 그것을 입체로 구현합니다. 일련의 과정과 훈련은 종합예술가라 칭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오기사는 건축가로서의 삶에 일러스트 작가로서의 삶까지 교차시켜 건축과 공존하는 세상의 여러 흔적들을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에 좋은 영감을 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오기사가 온라인이나 인쇄물로 전해온 세상을 오프라인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들고자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전시에서 펼쳐질 내용

오기사는 눈이 작습니다. 하지만 ‘작은 눈으로 바라 본 세상’ 은 섬세하고 위트가 넘칠 뿐만 아니라 폭이 넓습니다. 그의 눈과 손으로 일궈온 시각물을 총체적으로 선보입니다.

온갖 대륙을 횡단하며 기록한 일러스트 및 여행 스케치들 50점과 3미터에 달하는 인생의 지도그림 원본, 부산도시 그림 10점, 서울 녹지 축 그림 및 판화 10점, 건축 모형, 건축 도면집, 건축단면도, 사진, 출간 책, 오기사 캐릭터 피규어 150점, 오기사 캐릭터 풍선 대형 조형물 등의 컨텐츠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오기사의 세계 향유법

기획을 하기 까지 오기사의 세계를 감상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단계별로 기록 한 결과 이것이 작품 설명을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1단계 – 동심과 동경

A4용지 크기에 그려진 오기사의 여행 스케치들을 구경합니다. 어린 아이가 만화 보듯 재미있어 합니다. 그의 맛깔 나는 손맛은 보면 볼 수록 천진난만해집니다. 세상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것만 같은 그의 능력이 급 부러워집니다.

2단계 – 향수와 동경

미대생 시절 0.4mm 하이테크 팬으로 그렸던 그림일기 과제가 떠오릅니다. 나처럼 그림을 그리며 쾌감을 느껴본 지 아주 오래된 사람들에게도, 그림을 잘 그리는 쾌감을 인생에 한 번이라도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심적 해소와 감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3단계 – 사색과 파동

그가 출간한 7권의 책 중 한 권을 읽기 시작합니다. 그림은 오른 쪽 글은 왼쪽 페이지.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따라가다 보면 보통의 책에 대한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책은 보통 끝을 향해 읽기에 끝이 궁금하고 끝나면 후련합니다. 반면, 오기사의 책은 무한히 이어지기를 바라게 됩니다. 빠져있던 감정과 리듬을 잊고 싶지 않아서 얼른 그의 다른 책 또 한 권을 펼칩니다.

그림과 글이 있으면 무조건 그림을 먼저 보게 되어있습니다. 그림에서 미처 파악되지 않은 것, 혹은 내가 파악한 것이 맞는지 글로 확인하려 드는 속성이 작용하곤 합니다. 그림 속 어디엔가 날짜와 제목이 새겨있습니다. 그림이 그려진 장소 같이 설명적인 것도 있고, 그 시간 느꼈던 시적인 표현도 있습니다. 거기까지는 쉽게 반응하다가 왼편의 텍스트로 옮겨가면 잠시 멈칫합니다. 분명 문장자체는 술술 읽히는데 오른편의 그림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져 갸우뚱 하게 된다. 행간의 의미를 해석하듯 그림과 글 간의 오가는 의미를 생각해 보는 그 시간은 바로 사색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차분히 사색에 잠기는 동안 심장은 점점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4단계 – 성실함 예찬

책을 읽은 후 팬심이 생기면 저자의 좀 더 사적인 세상이 궁금해집니다. 블로그로 진입합니다. 오기사는 ‘행복한 오기사’ 블로그로 10년째 활동 중입니다. 누적된 역사를 살펴보려면 하루 이틀 날을 잡아도 부족합니다.

책으로, 전시로 만들어 졌던 여행 일러스트와 글들이 바삭한 토스트라면 블로그에는 갓 구워진 빵 사이에 맛있는 재료와 소스들이 가득해서 풍미 가득한 샌드위치를 베어 먹는 것 같은 포만감을 줍니다.

특히, 건설 현장의 모자를 뒤집어 쓴 오기사 캐릭터가 등장하는 카툰이 압권입니다. 삶에서 한번 쯤은 마주할 수 있는 상황- 엎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들- 에 소심하고 쑥스러운 심경을 아주 솔직하게 드러내 주는 카툰은 꽤 큰 위로가 됩니다. 카툰과 여행스케치로 삶의 무게는 잠시나마 가벼워집니다.

그 외에도 자신이 디자인 한 공공 조형물들, 건축 프로젝트, 일러스트 벽화 제작, 영화 속 건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칼럼 등 자신이 살아가는 행적들, 매 순간의 생각들, 감정들을 켜켜이 기록했습니다. 성실한 기록들에 존경심이 샘솟고, 그의 행적을 염탐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교육적인 효과가 상당합니다.

5단계 – 영감과 기획

1인이 세상에 줄 수 있는 영감이 이 정도로 많고, 자신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행위와 행복이 타인에게도 즐거움을 주고 있다면 누구보다 성실한 이타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의 세상은 이미 세상의 뮤즈였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보여주고 싶어졌습니다.

전시라는 형태는 항상 시작점과 끝점이 있지만 그 과정은 직선, 곡선, 나선 등 그리기 나름입니다. 오기사의 그림도 시작점과 끝점이 있는 풍경을 그리지만 바라보는 각도가 자유롭고 선이 유연하게 움직여서 새로운 건물처럼, 감정이 있는 살아있는 사물처럼 보입니다. 우리 곁의 풍경, 공간, 도시가 순간마다 재해석 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동시에 일상을 감상적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줍니다.

각도만 바꾸어도 세상은 때마다 새로워 진다는 영감, 큰 선물을 받았으니 전시로 보답하려 합니다. 저 역시 작품을 전시한다는 시작점의 각도를 살짝 비틀어 존재를 전시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서 새로운 경험을 맛 보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설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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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의 세상을 접하는 동안 방랑벽을 이토록 고귀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한층 말랑말랑해진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각도를 찾게 될 것입니다.

Information

+ 전시회: 작은 눈으로 바라본 세상

+ 일시: 09월 04일 — 10월 03일 (화~금 — 10am ~ 6pm / 토, 일 — 10am~5pm / 월, 공휴일 — 휴관)

+ 장소: 진화랑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7-35)

 

Category
2015, Exhibitions